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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 여름날의 강준치, 나의 오만을 만나다

ㅇ여백ㅇ

2017-02-20 조회수 4,544 댓글 0 모낚지수 45

주소

이 노하우의 물고기 종류
  • 대상장르

    • 플라이낚시
  • 대상어종

    • 강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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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삼탄의 오후, 나는 임도 바위벽에 붙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해온 플라이 낚시 테크닉을 모두 동원해도 잡을 수 없는  그들. 

​8월의 삼탄 강준치다.


가파르고 위험한 임도 암벽의 물은 급류에 가까워 아주 빠르기만 하다. 그동안 잡아왔던 강준치들이 밤 7-11시경, 새벽 4-8시경과 모두 유속에 느렸던 곳였던 만큼 이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들이 숨어 있는 물골과 암벽의 사이를 찾은 나는 물고기들을 만나는 예식 인양  언제나 그렇듯 암벽에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매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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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말한다. '강준치? 아무거나 물어! 희뜩한 것 넣음 다 물어.. '

​그렇다 다 물것이다. 무엇을 넣은 들 안 물겠나.

 

하지만 내게는 한 번도 어떤 물고기도 어렵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다. 한 마리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 집중하고 또 집중하고 ..

아마 강준치를 잡으려고 바위를 벅벅 기다가 무릎 까졌다면 어떤 사람은 웃을지도 모르겠다.


수수께끼 같은 물고기들의 생리와 변화는 내 모든 신경과 근육을 집중해 고독한 탐구를 해야만 조금의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나에겐 아직도 내가 잡는 물고기들이 모두가 어렵다.


물길을 읽고 물골을 찾고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숨을 곳을 찾고 은신하고 지형에 따라 여러 가지 버전의 캐스팅과 물의 상태에 따라 시간에 따라 간신히 그들을 만나게 되면 난 깊은 숨을 들이키게 된다.

단 한 마리의 작은 물고기라도 보게 되면 말이다.

어렵다. 하물며 왜 플라이를 먹는지조차도 이제 와서는 의문까지 들 정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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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햇볕이 들기 시작하는 삼탄 임도의 암벽, 갖가지 풀 내음과 작은 치어들이 물 가장자리로 몰려들고 있다.  그리고 완벽한 그들만의 은신처가 있는 곳을  발견, 암벽에 구부정하게 무릎을 꿇고 내게 믿음을 준 싱킹 라인 4등급과 싱킹 리더와 카본 티펫으로 내 방식대로 해보기로 했다.


그동안 드로퍼 채비와 무거운 훅은 내가 쓰는 뱀부로드에게 묘한 이물감 줘 플라이낚시를 하는 내내 거부감을 줬다. 난 이물감이 싫었기에 무게가 없는 훅을 사용하기로 했다.

 

난 이제 지금까지 공격적인 어종에게 가장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미노우 타입의 플라이 훅으로 위로 캐스팅 후 U자 형태의 커브를 두어 넓게 스윙시킬 것이다.  머릿속은 이러한 그림으로 널찍하게 펼쳐진 도화지인데  오후의 시간은 참으로 짧다  곧 있으면 석양이 내려 구름을 치장할 것이다.  나의 강준치 지식의 한계는 강준치 플라이의 피크타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시계 소리.

하지만 잡아 보고 싶었다. 

땡볕이 내리쬐는 곳에서의 강렬한 먹이 활동을 하는 강준치. 이 강준치를 말이다.


싱킹 라인 4번과 만난 뱀부로드의 둔중한 캐스팅.

단 한번.

히트다.

 

플라이 라인이 몇 초 동안 후둘둘 거리고 내 얼굴엔 진지했던 표정은 어디 가고 웃음이 피어난다.

난 지금 삼탄 임도의 강준치를 잡았다는 흥분과 함게 삼탄의 매혹적인 물결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마법의 물고기 같았던 의문점 들이 풀리는 순간 그들의 비밀을 조금 알게 되었다는 만족감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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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은 웃는다.

하지만  잡아보고 싶던 강준치를 위해 암벽으로 나 자신을 몰아  내가 너무 어두웠던 그들의 비밀을 아는 순간 '강준치야 뭐 다 그렇지'라는 남은 오만의 껍질마저 한 겹 벗겨내고 하나의 강을 건넌 나 자신을 발견한 날이다.


봐줄 사람 없는 암벽에서의 소란스럽지 않은 나만의 깨달음의 만찬. 삼탄에서의 하루다.

 

 

죽과 선에서 발췌 =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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